낡은 구두
호 당 2012.11.3
새 구두를 샀다. 새색시를 모신 것 같다
신방을 차리고 꿈같은 밤은 획획 지나간다
얼마를 흘렸는지 꿀물이 시쿰한 맛으로
흐릿해질수록 잔소리가 늘어난다
맑은 날만 관계해야 하고 궂은 날은
외출을 일절 금하던 네가 나를 아끼던 것이
아니나 다를까 구박이다
뒤꿈치가 기울고 골 판이 낯바닥에 드리워
주름 잡힌 말이 헛디뎌 출렁거린다
밤낮 구별 없이 잔소리다
나 늙었나 봐 허술한 대접은 지나치다
지금은 수륙 양용으로 마구 대한다
산으로 끌고 가다 미끄러져도
계곡물을 건너다 홀랑 빠져버려도
위로 한마디 없어 서운하다
처음 만났을때 환한 햇살은 침몰하는구나
툭툭 물기를 털고 헤진 나의 뒤꿈치를
보고 새것으로 바꾸려는 마음을 내뱉는다
헌 구두는 소박맞은 아낙네
떠나야 할 저녁놀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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