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호 당 2013.1.15
틀림없이 암수의 꽃뱀이 꼬리를 휘감고
노닐고 있었을 것이다
급히 굴 밖으로 얼굴 내민 몰골이
아직 흥분에서 꼬리를 접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사향에 무늬도 아름다워 단번에
끌려갔다
그러나
과감히 다가갈 수 없어 잔상으로만 남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꽃뱀 혀의 놀림에 당혹했다
이상한 마력이 그의 엔돌핀에서 나의 뱀
꼬리를 잡아 보려는 충동에 한동안
출렁거렸다고 혀는 날름거렸다
무늬도 향기도 없는 밋밋한 뱀이
감히 아리따운 사향 풍기는 꽃뱀을
맘 품는 것은 멧새가 황새 잡을 짓이다
뿌연 허물만 벗고 사라진 꽃뱀의 허물을
만지니 바삭바삭 마른 이파리처럼
부서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