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도울 상비약은 지녀야
호 당 2014.4.12
눈 감고 걸어도 돌부리 차거나
헛디디지 않는 건강을 매단 즐겨 걷는 길
똑같은 구도를 가지고 색상만 달라지는
화폭에 주인이 된 나
하필이면 오늘은 돌부리 차고 엎어질 듯
반겨주는 이를 만났다
가벼운 연두 눈이 나를 끌어내어 등을 민다
연두색 산봉우리가 다가와서 반긴다
파안 破顔하고 덥석 손잡아 반기는데 맨몸인 나는
기를 돋을 약 한 푼 없이 나선 것이 탈이다
상비약을 가져야 어깨가 늘어지지 않았을 텐데
맨몸은 가벼웠으나 마음은 무겁다
봄을 전시한 가게 앞을 지나
봄 냄새를 온몸에 바르고 눈을 즐겼다
커피 자동판매기는 공원에서 떡 버텨 입을 벌려
동전을 삼켜 배를 채운다
그는 주름 입술로 세월을 쏟고 있었으나 얼른
자동판매기 앞을 다가서지 못한 내가 무겁다
그러나 바람이 획획 날려 보내 조금은 가볍다
보폭이 빠르고 탱탱한 이의 발걸음들
속도는 옷의 밀착 정도와 눈빛의 밝기의 차이
그런 시절이 나에게는 없었지
봄 햇살이 상심을 달랜다
반겨준 만큼 종이컵을 들고 엎어지듯 못해
마음 한구석 찌그러진다
상비약은 상시 몸에 지녀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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