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헌 옷 수선공

인보 2014. 5. 22. 07:02

 

헌 옷 수선공 호 당 2014.5.21 나는 한 평 남짓한 공간이 내 생활의 터전 재봉틀 하나가 내 생을 지키는 지주 당신 버금가는 동반자 숲의 나이테들이 맘껏 숨 쉬고 내 뿜고 새들과도 노닥거리기도 하지 나는 숨 막힐 듯한 공간에 어항에 갇힌 금붕어 물갈이 오래된 금붕어처럼 빠르게 아가미질 해도 숨차다 병원 수술대의 눈동자에 근심 어린 마음들이 장마전선을 만들어 그쪽으로 비를 뿌리지만 옷가지 수술대는 수술방법만 내리면 장마전선은 사라지고 메마른 시간이 내 것 침상 아래 털갈이한 듯한 오리털이 숲에서 밀려난 듯한 메마른 낙엽들이 깔렸고 모두 낙오된 시간만 갖고 있다 보조 간호사의 도움은 사치스런 말 오직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 속에 재봉틀 소리만 나를 달랜다 수술이 잘 되면 꽃다발이 있지만 나의 박음질이 끝난 옷가지에 핀잔 시간만 없으면 다행이다 치수를 고르고 모양을 닦아내고 흘러간 옛 가요를 더 맛깔스럽게 다듬어주면 내 헌 옷 수선공도 보람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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