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누 때의 대이동

인보 2014. 5. 27. 22:13

 

      *누 때의 대이동2014.5.27 우리 누 때의 대이동은 천성이다 푸른 초원이 어머니의 젖줄 인간들 명절 민족의 대이동처럼 마음 설렌다 모성에 끌리는 것은 관성이 아니라 천륜이고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가야 한다 처음 즐겁기만 하던 우리의 대이동에 뜻밖에도 험한 고지에서 흐르는 능선이 버틴다 연이은 능선 따라 수로는 깊고 출렁거린다 능선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매단 지뢰가 기회를 노린다 대전차 지뢰 같다 호시탐탐하던 그들은 이를 갈고 닦고 크게 입 벌려 포문을 열어놓은 지뢰 저 험한 능선을 넘어 고지를 탈환하자면 인해전술밖에 없어 희생을 각오하고 넘어야 한다 곳곳에서 지뢰가 폭발한다 백마고지 탈환이 이럴 거야 인해전술은 단순해 작열하는 지뢰 폭발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 벌써 능선은 피로 물들여 흐른다 대화재,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와야 해 꾸부정한 뿔이 불을 달고 막 떨어진다 혼을 하늘에 걸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나는 관성으로 달린다 지뢰의 이빨을 무사히 비켜서 여기 초원은 어머님 품 안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행운을 잡았다 우리 누 때의 대이동은 처절 悽絶했다. *누(Gnu)는 누 속(Connochaetes)에 속하는 소과 포유류의 총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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