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홀소리를 꿰매다

인보 2014. 7. 23. 08:42
 
홑소리를 꿰매다
호  당  2014.7.22
밝은 쪽 뒤편은 그늘이 있기 마련
산에 소나무가 들에 쑥이 없었다면 
홀소리 잃어버릴 확률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봄이 왔다, 소나무는 더 푸르게 뻗는다
쑥은 널브러지게 흩어있어도 아무도 
움켜쥐려 허겁지겁하지 않는다
골라 먹고 음식쓰레기 더미는 쌓였어도 
홀 닿소리만은 가슴에 품어 숨겼다
드러내 보이기는 용기가 필요했다
휘황찬란한 세월이 흐름에 멋진 승용차를 
타고 있어도 호사스러움을 느끼지 못한다
받침을 가슴에 품지 못한 고목이 우두커니 
서 있다
하얗게 떨어진 목련 꽃받침을 주워담으려 
한다
손이 저리거나 귀가 먹먹하거나 홀소리를 보고도
눈을 가린 장막이 내게는 그늘로 드리웠다
그늘을 걷어내려 목련 나무 밑으로 들었다
거기 홀소리 닿소리가 여러 모양의 입을 맞추고는 
좋아 깔깔거렸다
나는 홀소리 꽃을 주워 낱낱을 얽어 꿰맸다
귀청이 춤춘다, 수전증이 연필을 거머잡는다
입천장이 열린다, 가슴에 새긴 내 홀소리는
곧 꽃을 활짝 터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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