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내성천

인보 2014. 7. 24. 08:34


 



 

      내성천 호 당 2014.7.23 더위를 안고 길게 뻗은 제방 둑 방축 防築 돌은 심한 열병에 시달려도 내성천은 알몸을 쓰다듬고 흐른다 삼복지간 홀랑 벗어도 좋을 아이들이 푸른 등 번득이며 모래무지 은어가 되면 은빛 모래만 찾는 물떼새도 동무가 되어 같이 퍼덕인다 풀무 같은 기세는 어둠을 이기지 못해 도망간 공간을 달이 차지할 때 길게 늘어난 치부를 내성천과 같이 흘러도 편안한 시간이 됐다 눈망울 초롱초롱한 별이 피어날 때 강바람은 젖가슴처럼 부드럽게 불었다 선풍기 에어컨 냉장고는 배아도 틀지 않았으니까 멍석 펴고 모깃불 연기 휘 감돌아 장막 치면 안심 펴도 편안한 시간 부채질은 한가한 사람의 몫이었지 꿈같은 시간이 눈 깜작할 동안이었다 벌떡 일어나 보니 밝은 햇살 아래 배아는 몇 세대를 거쳐 휘황찬란한 시간이 흐른다 건망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열대야는 어김없이 찾아들고 내성천은 더 깊게 더 넓게 더 맑게 은어를 품고 흐른다 널브러진 가전제품이 도태되어 녹슬고 허리띠 졸라매던 세월은 추억 싣고 내성천 따라 훌쩍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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