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는 멋대로 날고 싶다
호 당 2014.9.12
한창 보리가 무르익어 갈 무렵 새떼는 거기 있었다
책장을 넘기면 까만 글자처럼 박혀있다
목구멍의 고주파도 소용없다
*탈구는 우주를 돌려 꺾어 ‘탕’소리
한 방에 날개는 화들짝 떴다
허공을 제멋대로 주무르는 참새
날고 앉고 오물을 쏟고 부리로
혀를 깨물어도 제멋대로
누가 간섭하랴
참새를 포획할 수 있다
가까이 오지 말 것
좁쌀 흩은 것에 경계를 늦추지 말 것
상황이 불리하면 공중의 끄나풀을 당길 것
지구의는 한 바퀴 돌았다
어둠은 일과 종료의 신호
새떼의 마무리는 뽕나무에서 제멋대로
입술을 떨어 뱉고 깃털을 떨치고
피로를 벗어던져 즐겁다
새장에 갇힌 것은 아니거든
헛디디다 베란다에 헛청으로 오인한 참새
팔딱거리는 온기는 공포의 흑 가면
새장에 있어도 새장이 없고
먹이는 있어도 먹이는 없다
공중을 박탈당했단 말인가
하늘이 밧줄을 내릴 것 같다
발자국을 여기에 찍는 것은 불행이다
문을 따는 것이 마음대로 흐를 관문이 된다
깃털을 버려도 혓바닥 밥풀을 버려도
거침없이 우주에 매달리겠다
창문이 열렸다.
* 짚으로 머리를 땋듯이 따아 만들어 4~5m
끝은 가늘게 꼬아 나간다
머리 위로 수평으로 힘차게 돌리다가 줄을
꺾으면 ‘탕’ 소리 난다 (새 쫓는 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