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구수산 도서관

인보 2014. 9. 13. 16:57

구수산 도서관
호 당    2014.9.13
뒷산의 밀림이 흘러 여기 목질의 
밀림으로 빼곡히 질서 있게 서 있다
구부정하게 눕거나 절룩거리는 것은 없다
짙은 피톤치드보다 앞선 향기를 지녀
읽은 만큼 밀림의 잎에서 진을 훑어낸다
밀림은 곧게 뻗은 나무들의 몸속에
켜켜이 키워낸 자양분을 총명한 눈동자는 
밑줄 그어놓으면 뒤따른 자가 덧칠한다
그럴수록 진가는 올라가고 몸뚱이가 
허름할수록 고고하다
너무 비대한 몸통은 가끔 들쳐 필요한 
풍경을 안경 속으로 끌어들이거나
셔터를 터뜨린다
고요한 밀림은 햇볕을 차단하지만 
피톤치드는 골수로 치밀하게 다져준다
간혹 졸음에 젖은 새파란 입술이 꿈에도
수풀의 진수를 끌어모으려 애쓴다
침묵의 밀림에 여러 입이 혓바닥으로 
핥고 망원경으로 쌍안경으로 샅샅이 뒤져
단물을 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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