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담배를 끊었다

인보 2014. 9. 22. 17:43

          담배를 끊었다-1 호 당 2014.9.21 내 코앞으로 고양이 털에서 담배 연기를 뿜고 지나간다 야음을 틈타 담배의 풀장에 뛰어들고 싶은 호기심이 뭉클하다 활짝 핀 꽃에서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피우다 그냥 버린 담배꽁초가 그대로 타면서 연기를 흩는다 그 향에 매료되었다 창문 밖 뒤뜰에서 햇수탉이 암탉 뒤를 졸졸 따른다 목청이 변성기를 넘고 다듬으려 연이어 부리를 놀린다 나의 사춘기는 살구꽃처럼 만개했고 벌써 버찌 익으려는 시간에 음모와 몽정은 남모르게 피고 진다 딱 벌어진 어깨 위로 푸른 이파리를 지닌 꽃 한 송이가 툭 떨어진다 어제 점찍은 그녀의 스카프 같다 내 발자국에 툭 불거진 젖가슴을 어루만진 햇살이 소복소복 고인 것 같다 수캐는 멀리 있는 암캐의 향을 맡아 컹컹 코를 실룩거린단다 내일이라도 열매 맺을 수 있다는 카드를 내보이고 싶다 길게 뿜어 뱉는 담배 연기가 멋있게 보여 흉내를 내 보고 싶었다 문을 닫아걸고 창문은 열고 담배 연기가 내 방 가득 고였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 두어 조각구름이 모이더니 기어이 비를 뿌리고 비옥한 땅에 폭폭 베였다 한여름 독사는 담배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입만 벙긋하면 니코틴 독이 튀어나왔다 그녀와 손을 잡았으나 살구나무 밑에서 니코틴에 비틀거렸다 중독된 어깻죽지에서 핀 누런 이파리가 떡잎이 되어 그녀가 벗어 놓은 신발에 고였다 니코틴에 절인 구름을 헤쳐버려야 한다는 강력한 당부에 호기심으로 자란 잡초를 단칼에 베이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담뱃갑은 강물에 떠내려가고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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