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란은 치매의 앞마당 호 당 2014.9.22
호수를 휘젓던 오리 한 쌍이 새끼만 여럿 남기고
수놈은 하늘로 훌쩍 날아 가버렸다
모질고 차디찬 시간은 나를 감싸고 괴롭혀도
뿌린 씨앗은 메마른 땅을 갈아엎다가 젖히다
깜박깜박 시간을 놓쳤다 거머쥐었다 했었다
그럴 때는 순서가 뒤엉켜도 모르고 키웠다
민들레 홀씨는 훌쩍 날아 가버렸지
호수만 휘젓는 동안 물바퀴에 홀리기도 했고
가끔 허깨비가 눈을 가려 어리둥절하면 사리를
분간 못 하여 외로운 돛단배가 되어 풍파에 허덕였지
어느 날 갑자기 우주의 불덩이가 뇌에 박혀버렸어
지선과 곡선이 엉켜버려 실타래 풀어도 엉키기만 했지
뇌에 자리 잡은 불 웅덩이가 식기 시작하자 물이
고였어
그때부터 내 방향은 천방지축으로 감각 잃은
연체동물로 살아야 했지
먹물을 뿌려도 대항 없이 그저 좋게만 대해 주었지
천장의 별들이 반짝이고 찬란하게 해가 날 비출 때는
내 뿌리를 박고 빳빳이 세상을 노려보았지
누워있는 침대가 골목에서 출렁이고 깜박 졸다 깨이면
내 자리는 앞마당
그것도 잠시, 없는 수컷과 새끼를 회오리바람에 실려
공중으로 치솟아 착란 구름을 깔아 놓으면 부리로
치매를 물고 날갯죽지가 축 처진 채 앞마당에 쓰러졌다
갑자기 우박 내리다 맑은 하늘이 되어도 우주는
착란의 파동에는 별수 없이 손을 놓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