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햇볕을 쬐다

인보 2020. 1. 12. 11:47

        햇볕을 쬐다. 호당 2020.1.12 고독이 쌓일수록 굳어버릴 수 있겠다 수변공원 수목들 조형물들이 딱딱하게 굳어 햇볕을 쬐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모두 부동자세를 취한다 검버섯들이 패거리 지어 받침 한두 개쯤 빠진 낱말을 뱉는다 고독이 굳어버리기 전에 뱉어낸다 할 일 없음과 고독은 어깨동무하고 벤치에서 하염없이 햇볕만 받아 말리고 있다 내 어깨동무는 멀리 있는 초가지붕 위 박처럼 옹기종기하고 나는 등대 같다 여기 황량한 들판에 견고한 장성과 솟대가 우뚝우뚝 버티는 틈에 끼어 먹먹하다 수변 공원 겨울나무는 고독을 말리면서 봄을 맞아 푸른 희망을 피우면 소멸할 것으로 믿는다 나는 마른 시간을 씹어 더 부드럽고 희망을 피울 시어를 끌어내려 햇볕을 쬔다.
</

'자작글-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오는 밤에  (0) 2020.01.14
알면 안되니껴  (0) 2020.01.13
겨울나무(동목)  (0) 2020.01.11
마음조절  (0) 2020.01.11
햇볕 쬐다  (0) 20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