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모국어의 내부

인보 2020. 1. 18. 13:31

모국어의 내부 .  호당  2020.1.18
그 모진 배고픔에 모국어의 내부를
채우지 못한 자들의 늦깎이
나는 자음 모음을 뒤섞어 불어대면 
하늘에서 눈발이 풀풀 날리듯
그들의 공책에 내려앉는데
재빠른 자는 적어 놓고 
이것이 모음인가 자음인가 생각하는 사이
자음과 모음이 뒤바꿔져 있고 
옆 짝은 내려앉자마자 녹아버립니다
다시 낱말을 눈꽃 내리듯 
한 차례 더 날려 봅니다
흰 송편처럼 동그랗고 
손가락 자국이 선명한 
자음과 모음을 그림 그리듯 써 놓고
지웠다 썼다 합니다 
마지막 낱말 솜털처럼 날립니다
긴장한 나머지 
모음 자음을 끌어모아 놓고
‘눈사람’이라 적었다
옳지 모국어 내부를 
바르게 쓸 수 있다는
늦깎이의 발상을 보면 
모국어의 내부를 채워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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