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본 척 /호당/ 2020.4.7
지금 우주를 왕복하는 시대를
내 어깨 걸치려
새 샘물 마셔도 체내에 베이지 않아
한자 부수가 입 밖으로 나온다
같은 단지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40여 가구
젊은 세대 속에 구세대인 나
같이 용해하고 싶어도 속으로
긴 담뱃대 떵떵 두드리는
소리 배어 나온다
병아리 삐악삐악 안녕하세요
사랑스러운 꽃망울
톡톡 터지는 것 같아
예뻐 꼭 안아주고 싶다
수탉 같은 건장한 체구 책가방 메고
눈 부리부리 획 돌려 암탉 쪽으로
비켜 돌린다
지린내 피우지 않아 안심하라고
인사는 안 해도 돼
딱 부러지게 못 하면서
그 부모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침묵과 외면
내 담뱃대 내리고 커피잔 들고
이거 드셔보세요
그런 용기도 없으면서
내가 먼저 본 척해야지
알파벳 자판기 두드려
한자 부수 끌어내려는
그 생각부터
내 맘 다스리라는
신호를 늦게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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