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솔 뭉치/호당 / 2020.4.6
한철 생생한 소나무
정자 좋은 곳으로 세를 확장하려
손 팔 더 길게 더 넓게 영역을 굳혔다
세월의 눈초리를 누구도 강당 못하지
썩은 가지 마른 가지 쳐낸
민둥민둥 산 같아
광채 잃은 안경 밑으로 같은 레퍼토리
누구지 어디 살지
이쯤 되면 손짓하는 곳에
눈 돌려야 할 나이
비옥한 산이라 큰 소리 내던 그가
기저귀 차고 이래라저래라
가족을 들볶고 종일 TV만 안고
석 점을 타박했다
창창하던 시간은 훌쩍 지나
민낯 민대가리
우물거리는 낱말을 쏟아 내고
생의 마지막 종점
요양원에서 삶을 다듬는다
소나무 고목 쓰러져도 삶을 요약한
사리 같은 관솔 한 뭉치 남긴다
아무도 대신하지 않은 길
관솔에 향기 꽉 채운 삶
실패한 삶이라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