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멀어지다/호당/ 2020.5.6
온갖 미세한 소리에
일일이 반응하던 귀청
이제야 철이 들었는지
벌써 지천명은 지났으니
고종명에 이르렀는지
꽃 같은 싱그러운 것만
새겨들으려는 듯한 귀청
산꼭대기 오를수록
먼 데까지
조망할 수 있는 것처럼
고주파를 새겨들어야 할
보약 같은 소리
온갖 잔가지 끌어안은
언 듯 부는 바람에
흔들려야 할 가지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간결하고
요약된 바람만 맞으련다
가망 없는 소리도 귀청에
사흘 담아두지 않아
밝고 청아한 소리만
가릴 줄 알고
안 들을 줄 알게 되어
한결 귀청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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