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수채화/호당. 2020.6.18
몇 분간 젖어봐야 겉 얼룩질까 말까다
온종일 내리면 내 수채화는 담방 젖어
그대로 그려 낼 수 있겠나
늙을수록 걸어야 한다
여름 걷기는 땀 끈적끈적
이건 내 검은 욕망이라 여기니 귀찮다
우산 박고 걸어도 마음 편하다
노점상 하루 벌이 생에 거치적거릴 비
요일 장돌뱅이는 결석
대신 옥수수 옆은 채소 과일 올망졸망
우산 박고 지키고 있는 모습
삶 녹록지 않다는 것이 훤히 보인다
한 가게 건너 스마트폰 가게 총총
화려한 간판에 조명 젊은 또래 자영업
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내 화폭엔 그만 우울해진다
초등학생이 우르르 교문을 나오고
선생님은 배웅하고 보기 좋은
즐거운 화폭에 단비 젖을까 조심
축댓돌 틈 회양목 영산홍들
방긋거리고 보드 블록 틈
잡초는 생기 넘친다
비 맞고 한층 생기 돋는 뿌리들처럼
경기 살아났으면
언제 마스크 벗고 안심으로 와글거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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