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호당. 2020.7.3
공원에 자리 매긴 나
어찌하랴
더 좋은 곳 차지하고 싶지만
하느님 점지를 거역하리오
어느 날
지린내 피우는 궁둥이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수체 水遞 구덩이 먹이를 쫓던
산 돼지 같은 이가
짓누르는 무게감
공손히 떠받쳐 줘야 하지만
맘은 찌그러진다
어느 날
어린이 아가씨
그 향기는 몽롱해
떠받칠수록 그윽하다
오래 있기 바랐지만
잠시 후 떠났다
그의 채취가 남았지만
아쉬움이 컸다
어린이든 아가씨든 노인이든
공평해야지
편애는 죄악이다
공원을 지킨 지 10여 년
아직도
마음 다스리지 못한
설익은 과일 같은 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