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한 쌍 /호당. 2020.7.5
오리 한 쌍이
팔거천 돌 더미에서
하염없이 냇바닥만 바라본다
겉보기 맑은 물
가끔 거품 방울이
종이배 떠내려가듯 한다
물이끼들
처녀 긴 머리카락처럼
물결에 일렁인다
피라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개구리 도롱뇽 미꾸라지 등
있을법한데 용하게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찾아갔을 거다
인간이 쓰다 버린 폐수들
냇물은 불평 없다
모든 것 안고 흐른다
자연을 망가뜨린 인간
돌고 돌아
내 입으로 되돌아온다는 걸
알기나 하나.
오리 한 쌍 활기 찾아
팔거천을 휘젓고
고기떼 노니는 걸 그려본다
메말라가는 가슴에 손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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