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호당. 2020.7.7
아녀자가 함지박이고 내려온다
세찬 소나기를 만났다
금방
산을 가리고 계곡을 가리고
천둥 번개가 요동친다
청상과부 수절하고
새끼 키우느라
얼마나 외로웠겠나
떡 함지 비닐에 꼭꼭 싸서
나무 밑에 감췄다
오늘따라 계곡이
아릿아릿 싱숭생숭하다
저렇게도 힘찰까
물동이 쏟듯
함지산을 요동치게 한다
함지산을 훑어 내린 흥건한 물이
양 가랑이를 후벼 흐른다
소나기는 시치미 뚝 뗐다
햇볕이 쨍쨍
찰싹 붙은 옷 갈아입어야지
함지박이고 봉우리를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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