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진 계곡/호당. 2020.8.18
멀리 또는 가까이 있거나를 따질 것이 아닌
분신이 훑고 지난 다음
이때쯤 정이 그리울 때면 여러 풀꽃 가운데
갈대는 시들시들할 때 짙은 수액을
꾹꾹 밀어 넣어준다
삶의 뿌리는 더는 뻗을 수 없고 범위만큼
모든 진을 훑고 생을 이어 간다
백발이 짙어진 골짜기일수록 후미져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계곡은
바싹바싹 말라가고 적막을 깨트리는
산비둘기 한 쌍 노닐다 간들 위로되지 않는다
폭염에 비틀거리는데 링거 한 대씩 눌러 주는
마음
불끈 힘이 솟는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서가 아니라 너의 진실한
향기로 이 계곡을 맑은 물 흐르게 했구나
나도 마음 깊이서 이 한마디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