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굴참나무 밑

인보 2020. 9. 22. 10:31


굴참나무 밑/호당 .   2020.9.22
가을이 내 가슴에도 진하게 내렸다
노파가 참나무 군락지 밑을 훑는다
도토리가 떨어지는 계절
갑자기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부엉이 우는 밤이 지새지 않은
샛별 뚝뚝 떨어지는 시각
밤나무골로 달려간다
쌀쌀한 것쯤은 생각 않았다
아랫마을 개짓는 소리 
똑똑히 들릴 때는 
어김없이 알밤이 뚝뚝 떨어졌다
밤 가시에 찔려 피를 보고
따끔거려도 아프지 않았다
툭툭 발로 찬다 
끄떡도 하지 않는다
밤나무가 씽긋 웃어주었다
저고리 주머니 불룩
다람쥐 양식 모으듯 
담 밑에 파묻고 다음 날도
밤 무더기 불어나는 재미
겨울 화롯불에 구워 먹고 겨울을 즐겼다
생각에 잠긴 사이 노파는 사라지고 
굴참나무 아래 밤송이 알밤도 없었다
가을 한 주머니도 없었다
가을 찾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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