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경지에서/호당.2020.9.26
동화사 경지 일주문 들어서니
인파 꾸역꾸역
벌써 불심에 배긴 듯 합장하고
절하고 경건했다
나는 절여도 소금 팍팍 쳐도
살아나 퍼덕퍼덕한 배춧잎이 되어
허튼 생각 한 꾸러미 가슴에 박힌다
인파 중 앳된 처녀가 뇌리에
꽉 박힌다
지독한 불심 베인 듯 진지하다
졸졸 꽁무니 따르며
그래도 암탉이면 수탉 볏 물고
사정없이 업혀 봤으면
햇암탉으로 삶은 주왕산 삼계탕
땀 뻘뻘 흘리며 후닥닥 한 그릇
비위 냈으면 먹고 싶은 충동
복슬복슬 토실토실 뽀송뽀송한 털
슬쩍 스치고 싶은 마음
이건 욕정이야 노망
108배 올려도 모자랄 비우고 훑어내야 해
그때 범종 소리가 귀를 때린다
정신 차리라
마음은 젊어 팔팔한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