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시인이라고

인보 2020. 10. 11. 09:27

시인이라고/호당.   2020.10.10
누구는 등단하자마자 시인(아무개)
아직 풋살구 같은 시를 
익을 살구에 섞여 뻔뻔한 낯빛으로
명함 들어 뿌리는 짓거리 
확 눈에 띄는 간판에 손님이 들락날락
맛있는 냄새가 있어서다
시력 20년도 못 된 풋과일
당당히 중앙 무대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면 
가슴 펼 수 있을는지 난 졸보
매일 시 한 수 이상 쓰기를 
생활화하겠다는 각오로 시를 쓴다
시의 소재는 널려있어도 
젓가락 반찬 맛을 모르듯
맛을 느끼지 못하니 답답하다
모든 식재로 가득한 냉장고
요리만 하면 감동 주는 버젓한
상 차려 올리는데
난 빈 항아리 아무리 긁어내 봐야
밑 긁은 소리뿐
명시는 못되더라도 중간쯤 가는
시어를 우려낼는지 
시인이라 버젓이 내세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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