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완고했다/호당. 2020.12.4
완고한 유교적 가풍에 젖어
옥이는 어릴 때부터 세뇌되었다
아랫동네 웅이는 조금 개방적이었다
뒷동산 밤알은 툭툭 벌어져 떨어지는데
두 남녀도 계절에는 어쩔 수 없어 여물어갔다
아랫도리에 바랭이가 무성해지자
자꾸 그리워진다
코스모스는 벌 나비의 사랑을 받고 한들한들
활짝 웃는 얼굴인데 우리는 그리움만 씹고 있다
남녀칠세부동석이 불문율이지 아니 윤리지
윤리가 우뚝한들 사랑을 덮어 누를 수 있겠나
그리워할수록 아버지가 더 무서워지고
엄한 영체에 속만 끓었다
소를 몰고 옥이 집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옳지 나는 바구니를 들고 몰래 뒤따랐다
골짜기에 소를 놓아놓고 한껏 마음대로
방임했다
나도 소처럼 저런 매이지 않았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뒤돌아보니 꿈에도 그리는 옥이 아닌가
앞도 뒤도 생각 없이 와락 끌어안았다
귓불이 빨개지고 가슴이 쿵덕쿵덕
소는 자유를 한껏 누려 배 불룩하고
옥이 다래끼는 내 사랑을 가득 꼭꼭
집어넣었다
연애도 유교적 테두리에서 완고했다
그 사랑이 순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