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이삿짐 꾸리기

인보 2021. 7. 29. 11:18

이삿짐 꾸리기/호당/ 2021.7.29
내 직장이 한군데 고정한 것 아니고
겨우 안착할라치면 만기 됐으니 
식솔의 목구멍을 촉촉이 적셔주려면 
안 떠날 뾰족한 묘수는 없다
눈물 머금고 
이삿짐 꾸리는 아내에 미안하다
못난 사람 만나 9번 이삿짐
산골로 두메로 농촌으로 
겨우 바닷가로 
그간 아이들 자라 
상급 하교 보내야겠는데
산골에서 50리 걸어 
중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
서울 이모에 맡기니 
마음 쓰리다
사랑에 굶주린 
그 애 보면 미안하다
얼마나 그리웠겠나
이삿짐 꾸릴 때마다 버리고 
홀가분하게 
마음이 깨진 것이 없어 
잘도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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