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의 무게/호당/2021.7.31
시어를 붙잡고 끈질긴 보람에
시단에 올랐다
친구들
진정인지 농담인지
기다렸다는 듯
비문을 써달란다
100 t의 바위에 눌린 듯
108 번뇌의 자비에 눌린 듯
한편으로
내 밑동에서 불쑥 솟는
자존심이 쳐들었다
100 t이든 108 번뇌든
불쑥 치받아 옮겼다
자존으로 쓰인 비문이
후일
눈을 번뜩번뜩
천지도 모르고 깨춤 추듯 한
시어가
죽은 혼을 벌떡 일어 세워
배회하지나 않을까
어쨌든 짓눌린 자존심을
번뇌도 돌의 무게도
파도에 묻어버리고
밀려온 미역귀에
싱그럽고 파닥거리는
시어는 등단의 무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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