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호당.2021.8.3
서리 내리고 뒤뜰 감나무 한그루
유독 배배 꼬이고 볼품없는 감 하나
서러운 노을 받아 더욱 측은해 보인다
어쩌면 내 어린 추억을 닮은 듯하다
남에게 큰소리 한번 못하고
넓적한 돌에 깔려 떠받고 올라오려는
노오란 새싹이 제자리에서 뱅뱅 꼬여
자란 뒤뜰 감 같다
올해는 그렇다 치자
내년 또 그 후년에는 활짝 기를 펴
둥글고 탐스러운 감 주렁주렁 달고
봐라, 나도 이럴 때가 있음을 알라
뒷모습이 초라하게 보인다 해서
앞모습도 초라하면 생의 전부를
전생의 업보인지 몰라
분명 뒷모습이 보기 좋으면
앞모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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