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호당/ 2021.9.30
매미는 가수다
밤무대는 서지 않는다
떡갈나무 참나무 은사시나무 들에
숙박은 할지언정 노래는 없다
무명가수 10여 년
서러움은 땅속에 묻어두고
반짝 낮 무대에서 가수 대접받을
계절은 여름 한 철
상전 대접 그늘진 잎 넓은
무대에서 인기를 누렸지
무명시절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가수의 명성이 나무 무대마다 새긴다
넓은 이파리 무대가 움츠리기 시작하면
너는 슬럼프에 빠져 헤쳐 날 방도가 없다
네 노래가 수액을 타고
뿌리까지 도달될 거라 생각했나
슬럼프에서 흐느적거릴 때
개미 떼가 네 등을 노린다는 것
쯤은 각오해야지
명성을 지키지 못하는
인간 또한 삶이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