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겨울바다

인보 2021. 11. 11. 16:09

      겨울 바다 /호당/ 2021.11.11 밀물과 썰물이 거기까지 미치는 모래밭 끝 아주 크게 ‘정순아 보고 싶다 씨펄’ 밀물이 조금만 더 힘차게 밀려오면 흔적 없이 사라질 대문짝만한 문장을 하늘이 읽고 바람이 읽고 갈매기 읽고 물새가 읽고 정순이의 귀에 들어가도록 원했을 것을 스마트폰 없던 시대 한 장 편지를 인편으로 전할 수 없었던가 졸보였던가 바닷가 모래판이 딱한 심정인 듯 전해 주지 못해 파도가 딱한 사정 헤아릴 련만 간절한 한 문장 지우지 말라 폭풍만 없다면 연서 한 판 겨울나겠다 정순아, 와서 읽어줄 수 없겠니 바람아 갈매기야 이 딱한 문장 전해 보라니까 겨울 바다는 파도만 일구고 모른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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