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호당/ 2021.11.11
밀물과 썰물이 거기까지
미치는 모래밭 끝
아주 크게 ‘정순아 보고 싶다 씨펄’
밀물이 조금만 더 힘차게 밀려오면
흔적 없이 사라질 대문짝만한 문장을
하늘이 읽고 바람이 읽고 갈매기 읽고
물새가 읽고
정순이의 귀에 들어가도록 원했을 것을
스마트폰 없던 시대
한 장 편지를
인편으로 전할 수 없었던가
졸보였던가
바닷가 모래판이 딱한 심정인 듯
전해 주지 못해
파도가 딱한 사정 헤아릴 련만
간절한 한 문장 지우지 말라
폭풍만 없다면 연서 한 판 겨울나겠다
정순아, 와서 읽어줄 수 없겠니
바람아 갈매기야
이 딱한 문장 전해 보라니까
겨울 바다는 파도만 일구고 모른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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