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인보/ 2022.9.2
망상이 둥둥 뜬다
분명 잠겼어
머리를 툭툭 치며 자기를 위안한다
다시 돌아가려니 너무 멀리 왔다
설마! 내 정신은 맑아
누가 나를 깜박깜박할 나이라 하나
아니거든
금방 돌아서면 잊어버리면서
아닌 척 자기를 안심시킨다
기억력 좋지 않은 다람쥐
도토리 묻어 놓고 찾지 못하면
이듬해 도토리는 발하여
숲을 무성하게 한다
까맣게 모르고 있는 편이 좋아
자물쇠는 말이 없지
주인 시키는 대로 아주 충실하거든
내 생각을 드론에 실어 감시할 수 있다면
마음이 방향 잃은 나침반 같다
종일 아랫도리가 찝찝하다
누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린 듯
망상은 소심히 빚은 산물이야
깜박깜박할 나이에 대범 하라고
내 머리 위서 바람개비는
빙글빙글 돌고 있어
열쇠는 허리춤에 매달려 달랑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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