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공허한 마음

인보 2023. 4. 8. 10:38


 


공허한 마음/인보/  2023.4.8

오늘따라 텅 빈 
동천동 공원 벤치는 
나를 기다리지 않았지만
쉽게 궁둥이를 받쳐준다
파란 하늘에 공허한 사유 
한 꾸러미 지닌 
흰 구름 몇 점
다가오는 듯 사라진다
봄바람 불어주면 동무 삼아 
쓰다듬을 텐데
신록이 재잘대며 
푸름을 피운다
내겐 검버섯 활짝 펼쳐 
포자 날렸으니 
쓰러지지 않으려 
벤치에서 마음 추스린다
비어있음에 대한 허전함이
짙게 깔린다 
건널목을 일제히 건넌 
젊은 궁둥이들 앞을 스쳐내
쓸쓸한 마른 잎 하나씩 
쓸고 간다
빈 벤치 잠시나마 안락을 
밀어 올려 고맙다
봄볕이 짙게 지문을 
새겨 주어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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