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나는 택배원 하루살이

인보 2024. 4. 19. 15:37

나는 택배원 하루살이/호당/  2024.4.19

하루살이는 하루가 충만하게
살고 떠나는 하루살이다
나는 하루살이만도 못한 
하루의 여백은 
항상 가족에 미안하고
아내의 구시렁거릴 여백을 갖는다

새가 날아간 자리는 똥오줌 
비늘이 남아있다
내가 솟대가 되어 
망을 보고 있지만
귀청의 울림에 쏜살같이 날아가는
한 마리 새가 된다
그 뒷자리는 공허만 남고

독수리는 허공을 한 바퀴 돌면
지상을 가늠하는데
나 택배는 한 곳을 도착하면
마음 내리고 끝
다음을 예약하고 싶을 여운을 
심지 않고 뒷자리는 맑다

독수리는 공중에서 지상을 읽어낸다
솟대는 사방을 주시하다 실패 같은 
교신으로 한곳에 마음 부려놓는다
새가 머문 자리 흔적 남기지 않는 것처럼

역전의 식당
일회성 손님 대충대충 미련을 두지 않는다
내 택배가 제비가 되지 말고 독수리가
되었으면 한다
충만한 하루살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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