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누에 고치 실 뽑는 날

인보 2024. 6. 21. 09:45

누에고치 실 뽑는 날/호당/  2024.6.21

누에고치가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다
어머니는 명주실 감는 물레를
돌리면 벌써 명주 옷감이 
몽상으로 감긴다

동네 앳된 눈망울들
알몸으로 누에고치 가마솥을 지키고
잿밥보다 붉은 번데기에 혼을 판다

누에고치는 끓는 물에 몸을 풀고
꼬맹이는 번데기에 마음 풀어낸다

신나는 아이들의 주전부리
고소한 붉은 젤리에 
입술이 붉어 꽃핀다

명주실 감는 물레에는 
어머니의 명주 옷감이 감기고
꼬맹이의 주전부리가 감긴다

누에고치 실 뽑는 날
물레에는 어머니의 마음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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