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2005.9.20
호 당
논 한가운데 버티고 섰다
볼품없지만
그래도
사람의 모습을 한 허수아비로
강렬한 태양 쪼여도
땀 흘리는 일 없고
바람이 불어도
느낄 수 없고
비가 내려도
피할 수 없는 신세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농부들이 애써지은 벼
도둑맞지 않도록
지켜주는 일이지만
약아 빠진 참새들
겁내지 않고
도리어
내 머리위에 앉아도
쫓을 수 없는 나는 허수아비.
지금이 어느 때라고
21세기 달나라가 이웃인데
참새라고 생각이
변하지 않겠나!
내 할일이 없어져버린
허수아비
그 옛날
나를 두려워했지만
역시 나는 허수아비!
Francis Lai //Snow Fr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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