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된 운동장
호 당 05.9.21
그 옛날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운동장이었는데
그때
보름달 같은 공을
꼴 문에 넣든 어린이의
희열을 묻어둔 곳인데
이렇게 폐허 되다니!
제어(制御)의 종소리 사라지고
호루라기 소리 멈추어버리자
다투어
자리를 차지하려는 무리!
잽싸게 망초가 진을 쳐
허연 깃발을 달고
뒤따라
바랭이가
덮어버린 빈틈 사이로
비집고
토끼풀이 듬성듬성
푸른 진을 구축하고
나도 질세라
긴 넝쿨 뻗고
허연 배 가슴 내밀고
아무렇게나 뒹구는 박
이웃집
황소가 찾아 와
한가하게 누워서
되새김질만 하네.
아! 폐허 된 운동장!
세월을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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