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사진 한 장 05.9.23
호 당
노오란 물감으로 물 들린
은행나무그늘이
창 너머 기웃거리는 오후
무료함을 달래려
아내의 사진첩을 넘긴다.
양 갈래 제비 꼬리머리
물 찬 제비같이 아름다워
하얀 백지장 같은 얼굴엔
처녀의 푸른 꿈이 둥둥 떠다닌다.
뒷동산 개나리 활짝 웃어
향기 날릴 적에
호랑나비에 포로 되어
토박한 밭떼기 일구려고
무던히도 애만 쓰다가
흐르는 강물은 바다가
보이네.
빛바랜 헐렁한 옷가지
긴 빨랫줄에 널려
주름 잡힌 골짜기에
노을이 쉬고.
소슬바람 소매까지 스며들어
움츠리는 그대에
포옹으로
내 무능함을 달래고픈
호랑나비의 심정.
앳된 푸른 꿈에
낙제점의 그림 한 장
그려준
호랑나비의 가슴에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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