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폐교된 운동장

인보 2005. 9. 21. 07:34
      
    

    폐교된 운동장

    호 당 05.9.21 그 옛날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운동장이었는데 그때 보름달 같은 공을 꼴 문에 넣든 어린이의 희열을 묻어둔 곳인데 이렇게 폐허 되다니! 제어(制御)의 종소리 사라지고 호루라기 소리 멈추어버리자 다투어 자리를 차지하려는 무리! 잽싸게 망초가 진을 쳐 허연 깃발을 달고 뒤따라 바랭이가 덮어버린 빈틈 사이로 비집고 토끼풀이 듬성듬성 푸른 진을 구축하고 나도 질세라 긴 넝쿨 뻗고 허연 배 가슴 내밀고 아무렇게나 뒹구는 박 이웃집 황소가 찾아 와 한가하게 누워서 되새김질만 하네. 아! 폐허 된 운동장! 세월을 탓할 것인가!

'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합향기  (0) 2005.09.24
아내의 사진 한장  (0) 2005.09.22
허수아비  (0) 2005.09.20
노송은 푸른빛 잃지 않는다  (0) 2005.09.20
새벽의 산책길  (0) 200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