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허수아비

인보 2005. 9. 20. 20:24
      
    허수아비 2005.9.20
       호 당
    논 한가운데 버티고 섰다
    볼품없지만 
    그래도
    사람의 모습을 한 허수아비로
    강렬한 태양 쪼여도 
    땀 흘리는 일 없고
    바람이 불어도 
    느낄 수 없고
    비가 내려도 
    피할 수 없는 신세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농부들이 애써지은 벼
    도둑맞지 않도록 
    지켜주는 일이지만
    약아 빠진 참새들 
    겁내지 않고
    도리어 
    내 머리위에 앉아도 
    쫓을 수 없는 나는 허수아비.
    지금이 어느 때라고
    21세기 달나라가 이웃인데
    참새라고 생각이
    변하지 않겠나!
    내 할일이 없어져버린 
    허수아비
    그 옛날 
    나를 두려워했지만
    역시 나는 허수아비!
     
    Francis Lai //Snow Frolic

     




'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의 사진 한장  (0) 2005.09.22
폐교된 운동장  (0) 2005.09.21
노송은 푸른빛 잃지 않는다  (0) 2005.09.20
새벽의 산책길  (0) 2005.09.20
아파트 생활에서  (0) 200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