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호 당 05.12.22
비옥의 땅이든 박토든
누구의 발자국도 없는
낯선 땅을 개척하려
헤집고 간다
문명의 이기는 모른다
나만의 장비로
후각과 촉각의 안테나를
세워나갈 뿐이다
굴절된 빛 속이거나
현란한 빛 속에서
왁자지껄하는 잡배들엔
눈감고 생명의 땅속을
점령한 볼록한 고지에
새하얀 깃발 꽂고
단물로 목축이고는
때로는 주장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일단 암벽과는 타협하여
비켜가야 했다
새로운 세계
소나무숲 속 옹달샘에
촉각 날개 펄럭이며
사랑의 전파를 날려본다
미지의 세계를
끈질긴 탐험으로 밝혀진
뻥 뚫린 두더지의
고속도로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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