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난 벌거숭이 산
2006.2.20
호 당
원형탈모증에 걸린 것처럼
벌겋게 들어난 살갗
화염이 지나간 산비탈에도
공평하게
햇살은 내리고 있지만
그곳엔 산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
발랄한 푸른 체구가
한순간 검은 잔해로 남았다
곱게 거두어
생명의 원혼이라도
잠들게
봉우리 지어두자.
허옇게 들어난 살점
아직
상처는
아물자면 멀었지만
우선 지혈만이라도 처방하자.
누구의 잘못이라고 따진다면
그 책임은 인간의 몫이야!
너 보기가 민망스럽다.
헐벗고 떨고 있는 그곳
녹색 옷 입혀야할 곳
이번 봄엔
엷은 녹색물감이라도
뿌려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