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소나무

인보 2006. 4. 19. 21:28

      소나무

      2006.4.19 호 당 내 어찌 다가 이 모양이 되었나! 나도 내 무리 속에서 한껏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는데 햇볕을 반기면서 내 나이테를 늘리고 대지를 움켜잡고 턱 버티었는데 큰 희망 품고 맘껏 내 숨을 쏟아냈는데 미지의 세계에서 누군가에 버팀목이 되고 싶었는데 왜 나에겐 이런 벌을 내렸는지! 시뻘겋게 타들어가는 불치의 병이라니! 아직도 효험의 약도 없다는데! 햇볕을 받아도 내가 내인 줄 모르고 바람을 쐬어도 느낄 줄 모르고 밤이면 고독만 찾아들고 야위어가는 내 몸이 서럽다. 곧 내 육신이 토막 질 될지라도 마지막 바램이란 나만이 이 고통을 안고 가련다. 내 친구에게는 실망을 주지 않고 건강을 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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