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근심/호당/ 2025.6.17숟가락 드는 시간만이 생의 전부는 아니다근심하는 시간도 생의 일부가 된다기다림에 익숙한 열일곱 마디 대나무 한 칸에 마음 다발 짊어진 가장이란 이름으로 가슴 펴지만 진도 2 같은 근심 하나 없겠냐만 없는 듯 어깨 추스른다해님은 밝게 비추어 배춧잎 같은 삶을 추스른다밤이 있어 낮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죽음 있어 삶이 더 빛난다근심도 사랑도 함께 어울려 가는 것이 삶이다근심 실은 시간은 물같이 흘러간다. 자작글-025 2025.06.18
어리바리하다 어리바리하다/호당/2025.6.16시내버스 무임승차에 길들인 삶내 발품의 범위는 한정되어그 길 밟고 또 밟아 훤히 뵈는직선 같다낯선 길 밟아 눈썰미를 다지면강물 흐르는 길만 따르지 않아도 될 것을한 번 가본 길한참 후에 가면 낯설어 어리바리한다하차하면 방향감각을 잃어발품만 많아묻고 걷고 묻고 되돌아 걷고어리바리는 무지렁이 짓이다.Eric Chiryoku - Sweet Memories 자작글-025 2025.06.17
마음 쓰지 말자 마음 쓰지 말자/호당/ 2025.6.15나로부터 뻗은 줄기에 마음 쓰리다 생각 말자내 힘은 한계가 좁다전화 연결 안 된다고 하여사사 망령은 덕이 아니다내게서 떠난 화살멈춘 곳이 안정할 명당일 거라 믿어라저들 알아서 살아간다내 힘 쓰일 곳 별로 없다그냥 내 하루가 무사하면 복된 날쌍가락지는 무사하다. 자작글-025 2025.06.16
더위 더위/호당/ 20254.6.15호박잎 축 처져 시들어 있다어디 짜증 부리나!조금만 덥고 추우면 더워죽겠다추워죽겠다몸 찡그린 시늉이 좀스럽다더위를 짊어지고 논밭 매는 농부용광로 앞의 일꾼들우산 박고 하루를 버티는노점상인들을 생각하라시원한 그늘 밑 벤치는 신선 당미안한 마음 배는가. 자작글-025 2025.06.16
콩나물 콩나물/호당/ 2025.6.13한 시루에서 함께 커온 그가뽑혀 나갈 즈음 남은 친구를 향해우쭐한 말 주고 내려다본다한 바가지 물을 골고루 뿌린다지만그렇지 않다소나기는 등 하나 두고 맑음과 비 옴이 구별한다선발(뽑힘)됐다하여 우쭐 말라어차피 모두 뽑혀 나갈 운명인 걸너보다 더 웃자란 친구 있다시원한 국물 우려내고 사라질 것을 뭐 그리 우쭐하느냐부러움은 더더욱 없고 미움만 남길라. 자작글-025 2025.06.15
산불 이후 산불 이후/ 호 당 / 2025.6.14올봄 영남지방의 산불 피해가 크다잿더미 된 산을 너무 애석하다 하지 말자사막에도 생명이 살고 쓴 데라 지방에도 사람이 산다잿더미 툭 털고 땅에서 푸른 생명이 솟고땅속에서 숨었던 동물들 살아나온다푸름이 살아날 것이다죽은 사람 살릴 수 없지만죽어가는 생명 살릴 가망은 있다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무엇인가 치미는 희망이 있다. 자작글-025 2025.06.15
난청 난청/호당/ 2025.6.13말은 듣고 말 주고 교환한다주는 밤알 흘리고 반만 담아홀쭉한 자루는 허기진다그 친구나와 같은 증상의사의 처방받고 흘리지 않는다고지금 주고받고 탱탱한 자루를 갖는다녹밧줄 같은 말믿어보자그 의사 진단과 처방이 단호하다썩어가는 녹밧줄은 살릴 수 없단다녹밧줄에 매달지 않아 마음 편하다. 자작글-025 2025.06.14
회자정리 회자정리/호당/ 2025.6.13만남의 긴 장마 오늘로써 끝난다는 예보비구름 12점이 석별하려 모여든다 내게 벤 구름시어의 물방울 넘치니 잠깐만 내리도록 요청진한 구름이 세력을 확장해비 내리는데흐릿한 구름은 맞을 뿐진한 구름 몇이 비 내리는 소리그만 맺겠다는 오만을 한다깡그리 내 요청은 무시하는가야!요청한 내 구름 물 넘치고 있어세차게, 굵게, 막 내리붓는다오만한 구름 더 젖어 빗물 흘러내리자 멋쩍은 듯구름 흩어 가버리자 맑은 하늘이 쓰다듬어 준다잘 가라 자작글-025 2025.06.14
석별 석별의 정/호당/ 2025.6.13칠 층 창틀 둘러메고 여기까지 왔다노송이 가로막는 막다른 골목에서너는 이 골목 나는 저 골목으로 헤어져야한다청운의 꿈 안고 양 떼 몰이를배고픈 초원에서 알뜰히 보듬었지마지막 테이프를 끊고꽃은 피고 지고, 만나면 헤어지고이건잠언* 箴言쯤으로 알았는데석별이 닥치니 먹먹해집니다헤어짐이 있어 만남이 기뻤고그래서 삶이 더 아름다워 집니다더 즐기다가 더 행복하다가소명** 召命하면 거역할 수 없지오늘로만남이 끝맺음이라니 외톨이되는 느낌입니다촛 눈물 흘리다 더는 타지 않으려‘탁’‘탁’소리내어 가물거립니다석별의 마음인가 봅니다안녕하시고, 잘 가시라.*가르쳐서 훈계하는 말 “시간은금이다”** 사람이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 일참고:會者定離 生者必滅 去者必反 事必歸正ㅡ.. 자작글-025 2025.06.14
파계사 가는 길에 파계사 가는 길에/ 호당/2025.6.13삶이 너무 가파르다파계사 가는 길에 올라 서봐라마음 여유로워질걸마음 하나 가다듬으면푸른 웃음으로 갈 것을산새들 우짖는 소리 들으라마음 추슬러지지 않는가파계사 진동루에 오르는 여인 셋엉덩이 바짓가랑이 팽팽해연못에 박혀 삶이 팔딱거린다반야심경 독경 소리 퍼져자비의 메아리나를 감싼다삶을 가파르게너무 쉽게 지나치려 들지 말라파계사 오르길 걸어봐라. 자작글-025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