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낮잠

낮잠/호당/ 2023.9.22 오후 잠깐 낮잠은 새 날개보다 더 가벼워진다는 느낌 공중을 가볍게 마음먹은 대로 나는 새처럼 발상에 잠기기만 하면 상상의 이미지가 쉽게 쏟아지면 좋겠다 가볍게 날 수 있는 새들 속성 쉽게 시 한 수 날릴 수 있다는 만용 새들 지상에 *주리 走利 틀어야 살 수 있다 풋내기인 나 시의 법전을 들추는 짓이 한심한 주리 틀기라 나무라지 말라 오후의 낮잠이 가볍다 새처럼 이건 내 발상의 단초 端初다 쉽게 휘발하여 우주를 휘 저울 시 한 뭉치가 낮잠을 깨운다 * 주리.이득이 되는 쪽으로 움직임

자작글-023 2023.09.22

종점

종점 /호당/ 2023.9.21 인생 열차에 실려 오랫동안 달려왔다 만년에 들어 미련은 한 역 스칠 때마다 한 움큼씩 내다 보낸다 아직도 내 몸에 찰싹 붙은 허욕 움켜잡은 주먹 열 손가락 펼 수 없단 말인가 만남과 이별은 기쁨보다 후회와 슬픔이 더 짙게 남는다 종점이 가까이 다가온다는 증표가 나타난다 온몸 기름 빠져나가 새어나가지 않는 구멍은 없다 종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태평한 마음으로 사과나무 심으려 만지작거린다

자작글-023 2023.09.21

심전 心田

심전 心田/호당/ 2023.9.19 마음의 밭은 가꾸기 나름 거기 호미질 조금만 하면 늙은 나무는 기운이 뻗는다 그간 내자는 정조식으로 가꾼 열매 냉큼 받아먹기만 행복인 줄도 모르고 내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낮은 의자에서 귀 기울여 편안하게 휄체어를 굴리자 부엌 가재도구를 손이 닳도록 닦자 운지법을 일러주는 내자가 있어 마음의 밭에 행복만 키운다

자작글-023 2023.09.19

반월당 만남의 광장

반월당 만남의 광장//호당/ 2023.9.17 거기 기다림이 바글거린다 검버섯이 두리번거리거나 스마트폰을 톡톡 하거나 황새 긴 목 길게 늘여 먼 곳을 바라본다 기다림은 만남의 전제 이 나이 기다림이 있다는 건 행운이지 낯익은 얼굴 만나 즐겁다 짝 찾은 비둘기 팔장 끼고 콩밭을 누빈다 커피숍 미 체험자 지금 현장 실습중 주문과 동시 결재하고 후미진 구석 자리 잡고 기다리다 신호 받고 직접 받아오고 반납하고 아메리카노 커피는 쓰다 설탕을 털어 넣은들 입에 익은 일회용 맥심 입맛을 상쇄할 수 없다 맘껏 일회용 문장 쏟아내어 늙음을 만남으로 승화한다

자작글-023 2023.09.17

황지-석탄의 성지 -

황지-석탄의 성지- /호당/ 2023.9.16 그때 석탄 산업은 나라의 보고 보고 따라 탄가루 묻은 얼굴 바글바글 검은 둔덕이든 검은 골이든 검은 구멍 총총총 쑤시고 훑고 깊숙이 들어갈수록 검은 지폐는 쏟아지고 허파꽈리 물든다는 것 무시하고 검은 황칠한 낯바닥 속주머니엔 검은 지폐가 두둑한 것을 안다 꽃뱀이 혀를 너풀너풀 내밀면 자신이 먹잇감이 된 줄 모르고 옛따 기분이다 넙죽 받아 삼킨다 태풍처럼 불어닥칠 때 검은 호흡 날숨 끝 석탄불이 길게 뻗는다 연일 주가는 상한가 황지는 석탄의 성지였다

자작글-023 2023.09.16

동네 병원

동네병원 /호당/ 2023,9,16 있어야 할 오장육부 갖춘 병원장이 물리치료사를 데리고 아픈 사람 기다린다 메뉴판은 딱 하나 기호에 따라가는 곳이 아닌 메뉴판에 딱 맞는 통증을 가진 자의 방향감이 기호다 꽃 찾는 벌이 아니다 아픈 옹이 잘 메워 흔적 감추는 의술이 꿀벌이다 띄엄띄엄 뒤뚱뒤뚱 더워도 선풍기로 참는다 넓은 내부 공간을 식혀 놓자면 붉은 글씨가 보인다 마음씨 좋아 동네 친구 같은 의사 찾아 휠체어 굴려 간다 진한 검은 글씨 메뉴판이 싱글벙글 웃게 하소서

자작글-023 2023.09.16

망상적 妄想的

망상적 妄想的 /호당/ 2023.9.15 어린 나이 잎이 피기 전 떡잎 두 개 간절한 망상적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밤의 고요에 깊이 잠겨 헛된 떡잎을 그리는 생각에 매료하여 속살 같은 흙을 헤쳐 깊이 뻗는 뿌리가 된다 가당찮은 생각에 잠긴 떡잎 같은 여인을 그릴수록 떡잎 벌어져 드디어 쌍떡잎을 피워낸다 떡잎이 떨어지자 망상적 어근이 땅속에서 확장할수록 지상의 쌍떡잎은 우주를 향한 상상력은 확장한다

자작글-023 202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