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나누무 세 그루 늙은 나무 세 그루/인보/ 2023.1.6 잔잔한 파도치는 바닷가에 서성일 나이 모나게 다른 수형 樹形들 함께하면 행복한 낯빛이 된다 벗 성 좋은 마가목 하늘만 쳐다보는 당나무 堂木 은유의 샘물 곁을 지키는 박달나무 세월에 맞서 견뎌온 나무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지러져 있다 웃음 띤 얼굴로 밝게 맞는다 세 그루 앞에 식탁이 놓이면 물오른 나무가 되어 팔팔해 진다 자작글-023 2023.01.07
발톱 발톱/인보/ 2023.1.7 양말을 신거나 운동화를 신으면 발톱은 예리한 몸짓으로 아니 칼날 같은 이빨 내밀어 물어뜯는다 하기야 저들도 감옥에 갇힌 듯 얼마나 답답하겠나 몰래몰래 날 세워 양말을 뚫어 발가락이 빠끔히 내다보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불평한다 심지어 운동화 옆구리를 한사코 저항하다 신발 벗어 대청에 오르면 휴! 살았다는 듯 가슴 펴 길게 눕는 시늉 한다 맨발일 때 가장 자유롭다고 바깥과 내통할 수 있다고 좋아하지만 주인은 양말에 운동화를 신고 외출한다 주인 따라가면서 불평 사방으로 조여 온다고 감옥도 이런 감옥 있냐고 좀 넓어 뻗을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불평과 불만을 먹고 자란 발톱이 나를 흘겨본다 자작글-023 2023.01.07
거울 벽 거울 벽/인보 2023.1.6 사방 네 면을 거울 부착해 처음들은 남녀는 어리둥절하다 뒷면 옆면 앞면에 거짓말할 수 없는 진실의 문처럼 느낀다 어쩌면 네 마음속까지 알 수 있는 청진기처럼 느낀다 밖에서 자유로왔지 당당하게 키스하고 네 맘을 꿀꺽 삼켜 목울대가 즐거워했지 고우 고우 퀵퀵 낯선 여인과 밀착한 적 없어 그건 거울 벽이 증명해 딱 하나 네 동작이 내 동작의 반대란 사실 이건 반대는 마음이 통한다는 증거다 반대의 영상이 진실을 말한다 자작글-023 2023.01.06
사랑법 사랑법/인보/ 2023.1.5 늦바람과 바람 사이 눈꺼풀에 색광으로 쌓였는가 보다 뜨거운 사랑이 밤하늘 반짝이는 별이었다가 마른하늘 벼락치고 천둥 쳤다가 대장간 새빨간 불덩이였든 그런 시간이 없는 그냥 암나사(너트) 수나사(볼트)로 꽉 조인 사랑이었다 시간이 녹슬어지면 사랑도 녹슬어 수나방 팔랑거리나 암나방은 차디찬 식은 죽이다 네온 불이 요기* 나도록 부추기자 식은 죽은 펄펄 끓어오른 사랑에 불면증이 도진다 *妖氣:요사스러운 기운 자작글-023 2023.01.05
오토바이 택배 오토바이 택배원/인보/ 2023,1,5 목말라 기다린다 솟대처럼 망대에서 귀 쫑긋 세워 스마트폰이 찰싹 붙는다 일단 떴다 하면 쏜살같다 길 위 생명을 담보하는 짓은 사치이다 빨간불이 멈추라 한다 이쪽저쪽 살피다 이때다 싶으면 달린다 과감히 생략하는 것은 삶이 빡빡하기 때문 종일 목울대 길게 늘어뜨리고 기다린다 떴다는 신호면 낚싯대 힘껏 처들 때 파닥거리는 고기처럼 힘을 다한다 우리 또래 많다 삶은 경쟁이다 푸드덕 날개 활짝 펼쳐 활강하듯 날아간다 부르릉부르릉 자작글-023 2023.01.05
얼른거린다 얼른거린다/인보/ 2023,1,3 오늘 밤은 한 순배 자고 그만 뒤척거리다 날 세웠다 예사 밤이면 한번 뒤척이다 금방 잠들어 해가 뒷덜미 잡을 때 일어난다 젊디젊은 청년 나와 너의 조우 그것도 바퀴와 바퀴의 헤딩 길 걷다 하늘 나르는 새똥 맞은 우연 취업의 어려움 속 택배원 무거운 짐 혹시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아파트 생각하면 애처롭다 복권 당첨이 아니길 다행 잔상이 얼른거려 뒤척거린다 하얀 밤 그대 앞날 행운을 빈다 자작글-023 2023.01.05
따로따로 따로따로/인보/ 2023.1.1 흰 파뿌리 같은 사랑 이 방 저 방 따로따로 있거나 후미진 계곡에 있거나 바람이 찾아드는 곳이라면 사랑이 녹아 흐릅니다 눈 덮여 찬바람 쏘아붙여 발발 떨지라도 땅속 거머쥔 파뿌리는 따로따로 서 있으면서 흰 뿌리 얽혀 내통한답니다 따로따로 주머니는 백수의 머리 소나기 내리면 이 골목 이 도시 저 마을로 함께 흘러갑니다 . 자작글-023 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