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밧테리

밧테리 /인보/ 2023.1.16 복지관 가는 날은 맘졸인다 서둘러 시동 어! 안되네 밧테리 문제임을 알겠다 서둘러 달린다 학정로 코스로 시내버스가 온다 저걸 타야지 헉헉 다리가 말 듣지 않아 다행히 다른 코스 우회전 오전을 마치고 시동건다 역시 무반응 딸애에게 전화하니 긴급출동 서비스 시동이 걸리고 점검받으란다 밧테리 교체하니 꺼진 불 다시 살아나 활활 잠시 불편 핸들 잡는 동안은 내 행복 밧테리 수명처럼 핸들 손잡이는 어디에서 멈출지

자작글-023 2023.01.16

대구탕

대구탕/인보/ 2023.1.15 겨울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사카린 같은 봄날이 찾아들자 개나리꽃이 먼저 서둔다 자작자작 걷는 발걸음 끝에 대구탕이 기다린다 숨벙숨벙 토막 낸 대구 몸통이 덤벙덤벙 앉자 사각사각 썬 무가 첨벙거리다 이내 가라앉고 길쭉길쭉한 콩나물이 하얀 처녀 다리 같은 매력을 탕 속에서 진미를 우려낸다 궁둥이 털썩 앉은 의자가 덩달아 펄펄 끓는 대구탕에 맞춰 들먹들먹 냄비뚜껑 들썩들썩 푸푸푸 거품 내자 구수한 냄새 코를 후비면 자작자작 걷는 보폭이 저적저적 걸을 수 있겠다 대구탕 펄펄 끓어 겨울을 밀치고 봄을 끌어모은다 삶의 봄은 올 것인가

자작글-023 2023.01.16

입술

입술/인보/ 2023.1.13 붉은 입술이 부딪혀 꽃이 피다 말았다 미각이나 촉각이 잠드는 입술의 만남은 무의미하다 강물이 흘러가는 것과 내가 이 자리에서 강물 바라보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첫 입술은 혓바닥과의 만남이 신기 떨림 호기심 등의 발작이 페닐에틸아민을 흘러 야릇한 감정이었지 이것이 사랑인가 깊이 생각도 잠시 가뭄은 계속하고 꽃대 밀어 올려 꽃봉오리 맺어 피우려다 그만 멈추고 입술은 바삭 마르고 말았다

자작글-023 2023.01.14

침침해지는 눈

침침해지는 눈/인보/ 20223.1.13 세월이 굴절해지는가 반듯하게 보지 않으면 마음마저 굽는다 백태는 사물의 해석이 왜곡된다 급하게 대체한 인공 수정체 마른 우물에 굴착기를 넣어 깊이 파서 물을 끌어내는 판이다 시간의 독침에 찔리면 누구도 버티기 힘들다 흔한 눈물이 말라간다 마른 샘이 되자 눈이 먹먹해진다 인공 강우는 일시적이지 바삭바삭 조이는 망막을 땜질하려 들지 말라 늙음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 침침해지는 눈은 순리다

자작글-023 2023.01.14

품값

품값 /인보/ 2023.1.13 품값 받지 않고 한 끼만 때워줄 수 있다면 기꺼이 일해 줄 때가 있었다 현대는 이름 좋은 봉사, 뭐 공동식당에서 수저 배부해 준다든가 밥상머리 닦아 준다든가 이 일 끝내고 한 끼 때우고 칭찬받는다 근 10여 년을 현대식 봉사를 했다 그것도 절하고 한 끼 때웠다 올해부터 조그마한 보상을 준다기에 계속하려 작정했더니 밥값을 치르란다 옳은 품값도 아니면서 단지 수습생 대접 하기야 백수엔 품값 아닌 고물가에 턱걸이하기 바쁜데 버팀이 될 수 있겠다 경쟁심이 강한 노인 일자리 27만 원 허드레 일감이 아닌 순수 품값 노학의 백수에 눈 내리는 날 백수가 아니라 큰소리친다

자작글-023 2023.01.14

마음

마음 /인보/2023.1.12 마음에 자본주의 속성이 없지 않다 듣기 좋은 봉사한다는 말 10여 년을 즐기며 일했다 표창장 한 잎 받아 사표 한 장 쓸까 말까 물갈지 않은 어항 속 물고기 뻐끔뻐끔하다 시간마다 생수 급수한다는 소식에 마음 뺏겼다 백수에 금가루 분무 맞아 곧 노랑머리하고 ‘어험’ 오늘부터 백수가 아니야 자본의 속성이 벌떡 일어나 백수의 머리를 뒤흔든다 사표는 사표가 되었다 "Open Doors - Secret Garden"

자작글-023 2023.01.13

해빙기

해빙기/인보/ 2023.1.11 북극곰 잠시 비켜 둔 자리 냉큼 차지한 봄 아가씨 치마 휘감자 포근해 해빙합니다 삶의 고지 90령 미적거리는 걸음으로 만나면 식지 않은 형제애는 후끈 달아오릅니다 대구탕이 끓는다 거기 내 맘도 끓이면 엄마 아버지가 하늘에서 삶의 울력을 실어주는 듯 기운이 실립니다 형님 형수가 나무늘보의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부랭이 골이 얼른거립니다 신골 응달 해빙 안 된 얼음 한 점 망막에 비춥니다 삶의 해빙기는 올 것으로 믿는다

자작글-023 2023.01.11

꽃피다 멈추다

꽃이 피다 멈추다/인보/ 2023.1.10 꽃이 필 때 사랑으로 밀어 올린 것을 한꺼번에 우르르 밀려와서 너도나도 먼저 피워 올리려 경쟁이나 하는 듯하다 그만 멈추어버렸다 가장 에너지가 활발하면 사랑의 맥박이 빨라지고 주위의 부추기는 기분 좋은 바람에 꽃을 밀어 올린다 손잡고 한 손으로 각각 캡슐 커피를 들고 꽃필 정원을 살핀다 내가 꽃이 된 듯 먼저 도착한 꽃들의 모습 괴상한 몸짓으로 홀라당 벗은 것도 사랑의 표현이라 사랑은 야릇한 포즈다 꽃은 저들끼리 예쁘다 추하다 향기 높다 낮다 하지 않는다 그냥 즐기려 모여든 불나방 같은 도미노는 쓰러지기 위해 쌓은 것 그것 때문에 꽃이 모인 것은 아니다 사랑의 표현방식이 여러 가지라 호기심과 볼거리를 자극해서 사랑의 촉매작용이 워낙 힘에 겨워 꽃필 힘을 밀어 올..

자작글-023 2023.01.10

만유인력

만유인력/인보/ 2023.1.10 너와 내가 이 지구에서 하나의 개체로 꼿꼿이 서서 악수하는 일은 보이지 않은 어떤 힘의 작용이라 한다 내게 그런 힘이 없으면 붕붕 떠도는 부유물이 될 것이 두려움을 느낀다 마음먹은 곳으로 붕붕 떠다니는 해파리처럼 마음 닿는 곳으로 닿아 헤딩한들 몸체는 그대로일 것으로 믿는다 이건 마음뿐인 생각이다 중력이 없는 자는 무뇌 인물일지 몰라 내 시는 중력을 품은 지상에서만 존재하고 외계에서는 휘발한다 만유인력은 어디든 있다

자작글-023 2023.01.10

이태원 거리에서

이태원 거리에서/인보/ 2023.1.8 일요일 방학의 계절은 진한 푸른 입술이 활기차다 잘 다듬어 놓은 거리를 쌍쌍이 비둘기처럼 누빈다 꽃들이 이글거려 가랑잎 같은 생이 스치기만 하면 불붙을까 보다 골목골목 거리거리 승용차는 깊은 잠이 들고 자신이 뿌린 매연을 거두어들일 듯 들숨이 깊다 젊음을 창조할 거리를 연인에서부터 움튼다는 것 그 열기에 추위는 더 누그러진다

자작글-023 202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