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물 2023.1.28 계곡을 흐르는 물은 물때를 심고 자기 속도로 흐른다 물때를 좋아하는 물이끼 부처손이 즐거워 푸른 낯빛으로 깔깔거린다 계곡물은 흐르다 잠시 웅덩이에 쉬었다가 돌들에 일일이 안부 묻고 물이끼에 손짓한다 가끔 산새들 목축이고 채신머리없는 새는 날갯짓 퍼덕이다 간다 계곡물은 주위에 목 축여 주고 조금씩 내 몸 떼어주는 듯 하지만 실은 아래로 흐를수록 몸짓 커진다 내려갈수록 목소리 할 말 다 하고 세를 불릴수록 요란하다 아직 철이 덜든 아기처럼 몸을 닦을수록 아래로 말수 적어 고요해진다 속을 품고 바위와 자갈에 감사의 경배는 미끄러지듯 스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