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당나귀 판에

당나귀 판에/ 호당/2023.10.9 당나귀 가문에 고삐 거머쥔 줸장 뒷발질 차이지 않고 찰싹 붙어 내 안장이 우뚝하다 한다 서열은 무순이 좋아 나이를 흥! 고리타분한 고어 古語다 포근한 안장에서 고무풍선 둥둥 띄워 사임당 풀풀 날리는 것이야 한 해, 또 한 해, 허풍과 진풍이 뒤범벅돼도 만나야 할 지점 돌아왔다 늙은 당나귀 절뚝절뚝 박 바가지 바스러지는 소리 아야 아야 당나귀 판에 노새도 말도 한 굿판을 함께 할 수 없는 그리움 하나

자작글-023 2023.10.12

보폭

보폭 /호당/ 2023.10.12 내 보폭이 점점 좁아진다 함께 햇볕 받고도 가슴 깊이 스며들지 않아 보폭이 좁아진다 느릿느릿하게 걷는 황소걸음 발자국에 폭폭 베인 묵직하고 힘찬 활력소 움푹 울창한 나무들 핏기 잃지 않아 뽐내는 듯 활기차다 찬 서리 찬바람 다가온다 나의 정한 코스에 난전 늙은 할매 농산물 몇 점 차려놓고 종일 염불하는 자세다 보폭이 넓다 좁다 느리다 목멘 소리 말라 노파에 부끄럽다

자작글-023 2023.10.12

토스 https//toss.im

토스 https//toss.im 호당/ 2023.10.10 동천공원 4시 반 무렵 들렸다 젊은 암벌 한 뭉치 바글바글 스마트폰 톡톡톡 처음 보는 이색 광경 한 여인에 뭐하고 있어요? 토스하고 있다고요 처음 듣는 말 ㅇㅇ씨 여기와 가르쳐 드려요 내 휴대폰에 토스앱 을 심어주고 친절히 가르쳐 준다 한 20여분 될 걸 토스앱 신비보다 나를 대해준 젊은 여인이 더 신선하다 백수에 누가 자리 펴 *픽토그램 pictogram 해주랴 토스에 빠진 세대와 함께한다는 것 *어떤 수치 따위를 알아보기 쉽도록 그림으로 나타낸 그래프 사물이나 시설, 사회적인 행위나 개념 따위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개념화한 것개념화 한 것

자작글-023 2023.10.12

모스크바

모스크바/호당/ 2023.10.112001.4.15는 한겨울이다. 날씨 예감이 빗나가니 감각이 자꾸 이탈하려 한다철의장막을 꿰뚫고 왔다함부로 쇠막대로 휘두르지 말라어두침침한 입국 관리소처음 겪는 공산국가의 한 촉이 침침하다한 시간 이상 지체하는 순번 대기공룡의 위력에 떠는 것이 아니라북극 바람에 떤다한 시간의 무게만큼 쾅 쾅, 핏대 세운다현지 시각 17시 30분겁에 질린 쥐의 속성, 쥐구멍에 콕 콕동성로 거리보다 텅텅콧대 세운 키 큰 하얀 낯바닥 긴 외투 질질 끄는 여인들이국의 얼굴이 미인으로 부각된다흥!밤의 요정은 웃음 깔림 딸라 지폐 위력에 자유의 밤을 막 돌진하려 든다먼지투성이 겉으로 뵈는 고물차들이 구른다표지판이나 차선은 희미해 모스크바가희미해 보인다뭐! 같이 나누는 공산 空産이 배곯지 않는다..

자작글-023 2023.10.11

인생길

인생길/호당/ 2023.10.10 이 세상에 태어난 자 제 인생길을 걸어야 한다 꽃길만 걷는 자 아무도 없다 자신만의 길 걷다 길 마주친 곳에 짝을 만나 둘만의 길을 걷는다 짝을 만나 걷는 길 험한 길이든 평평한 길이든 든든한 발걸음이다 손잡고 이만큼 멀리 걸었다 발병 날 만도 하겠다 내가 조금 앞장서서 빗자루로 쓸고 닦아 조금 더 편하게 걷도록 하겠다 가다가다 인생길 뚝 끝나는 날 흙으로 만나자

자작글-023 2023.10.10

꽃다운 나이

꽃다운 나이//호당/ 2023.10.8 꽃다운 나이 활짝 피고 향기 날린다 남녀 연인들 손잡고 당당하게 걷는 모습 하늘 천 따지 세대 한 교실 부동 석엔 배고픈 자리였지 차고 넘치는 쌀 감당 못 할 풍요시대 인공지능 자동화가 일자리 좁혀져 밥줄 잡기는 명석한 두뇌 경쟁 꽃다운 나이 꽃 같은 짝으로 꽃향기 뿌리며 지나면 좋을 걸 날 세자 만 보 향해 걷다 보면 모텔에 허물 벗고 핼쑥한 방년 똥파리 달려들어 팍팍 인심 쓰는 슬픈 방년 꽃다운 나이가 우수수 떨어진다

자작글-023 2023.10.08

어머니 치마 폭

어머님 치마폭/호당/ 2023.10.7 애간장 태운 어머님 치맛자락 칭칭 감고 자란 나 묵시록처럼 여긴 지금 포란에 쌓여 하루를 삭인다 늦둥이 약골로 태어나 저게 인간 될라 애간장이 처마 끝 고드름처럼 달고 있었겠지 철이 들수록 대가족 틈 눈치란 것 깨달을수록 치마폭을 칭칭 감고 당시 학교는 무상이 없어 월사금 납입 기한은 어머니 치마폭엔 가슴앓이 내 눈물 콧물이 덧칠하고 평생 인간 되게 맘졸이시다 가신 어머님 하늘나라에서 보낸 치맛바람 맞아 포근한 하루를 지낸다

자작글-023 2023.10.07

백수에 내린 휴일 바람

백수에 내린 휴일 바람 /호당/ 2023.10.3 추석을 낀 연휴가 방안에서 오금이 시리도록 벌서고 있다 컴퓨터와 TV 앞에서 모면하려 근처 동천공원에 갔다 조무래기 아이들도 두세 살 아이도 젊은 아버지와 찰떡같은 부자유친이 즐겁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찰떡같아라 빌어본다 한자 세대가 한글세대를 보고 이색 풍경이 곱게 보인다 TV에서 국제신혼부부의 연출 여기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선진국 반열에 선 한국 격세지감이 너무 밉다 백수에 내린 휴일 바람은 TV도 나도 눈이 시리도록 싸늘하다

자작글-023 2023.10.06

은행 창구에서

은행 창구에서 /호당/ 2023.10.6 연금 수령하는 날은 내 목줄이 길어지는 날 이체하려 ATM 입에 밀어 넣었더니 토해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통장 갱신하면 될 것이라 믿어 기다렸다 창구는 손님과 꼼꼼히 처리하느라 시간과는 무관하다 패용 佩用한 명패는 대리 보였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백수와 눈길이 닿아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휠체어를 끌어다 병원에 밀어 넣고 오는 터라 가슴 졸이는 시간 이 한마디 그렇게 반가울 수가 누구의 도움 받는 일 과 내가 도와주는 일은 모두 새 옷 갈아입는 기분일 거다

자작글-023 202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