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꽃필 무렵 무렵의 사랑에게-3(맞선)

꽃필 무렵의 사랑에게-3 (맞선)/호당/2023.11.6 아무래도 인연이라면 계곡물이 흐르다 다른 계곡물과 때맞아 합류하여 흐른다 흐르다 보면 저수지에 갇혀 하세월 보낼 수 있다 한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 후견인이 턱 버텨 예진하고 차 한 잔 꿀컥꿀컥 단숨에 마시고는 몇 가지 문진 받는다 잘 알겠습니다 또 연락할게요 허공으로 날리고 맞선은 면접이다 예진이 있다면 통과해야 맞선본다 미늘을 숨겨 맛깔스러운 미끼를 보여야 덥석 물것인지

자작글-023 2023.11.06

꽃필 무렵의 사랑에게-2(서투른 고백)

꽃필 무렵의 사랑에게-2 (서투른 고백)/호당/2023.11.6 생감 씹어 떫고 텁텁한 맛 감지 못하고 무르익어 휘어 올 듯한 수양버들을 몰라 마른나무 가지 휘어잡으려들 자 딱 꺾여버려 낭패당한다 발정 난 나방 아무 곳이나 옥시토신 뿌린들 넘어갈 여인은 없다 한두 번 찻잔 달그락거렸다고 착각한 망아지 달려든다 선비만 태우는 노새 콧방귀 뀐다 무식이 용감하다 넙죽 절하다 쇠똥에 미끄러져 넘어진다

자작글-023 2023.11.06

꽃필 무렵의 사랑에게-1(넘보기)

꽃필 무렵의 사랑에게-1 (넘보기)/호당/2023.11.6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면 출렁거리는 가슴 진도 5쯤 되는 격동 넘보기 좋은 계절 때지어 함께 강당에서 강의를 들어야한다 그것 몇 주간 그늘은 그녀의 뒤편 몇 줄 옆 좌석은 훔쳐보기 좋은 자리 이런 짓은 넘보기라 한다 내 안면은 강의자와 정면 동공은 사시 70도 타인의 잘 차린 밥상보고 침 흘린다 담 넘어 홍시만 쳐다보고 애끓는 사랑은 넘보기부터 시작한다

자작글-023 2023.11.06

농업진흥원 논 들판

농업진흥원 논 들판/호당/ 2023.11.5 가득 채우면 비워내야 한다 넓은 논 들판 농심이 자라 농심이 익어 가득 채운 것을 비워내었다 뒷그루는 말한다 알알이 영글어 보내 마음 홀가분하단다 비둘기 새때들 낙수는 우리들의 자선이라고 콕콕 여건 우리들 낙원의 들판 날개 활짝 펴고 선회한다 넓은 가슴 드러내고 남은 것 있다면 몽땅 가져라 기지개 켜고 휴식 중 내년을 위한 힘 기르기란다 11월 초순 햇볕이 진하게 쏟는다 논 들판을 바라보며 자연을 경배한다

자작글-023 2023.11.05

11월의 시

11월의 시/호당/ 2023.11.1 뒤돌아보면 아직 기다리는 희망이 있다 여물어 익은 것들 훌훌 털어 버린다 보라 빈 들판을 허허하다 말라 거기 희망이 남아있다 새 떼들 날아 와 희망을 콕콕 쫏는다 상강 생명을 파고든다 생을 재촉한다 흥 내겐 어림없지 희한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만 생각하자 떡갈나무잎처럼 시련이 닥쳐올 것이라 믿어 각오 단단히 하여 훌훌 벗는다 이 해의 끝맺을 희망이 남아 있는 동안 포기하지 말자

자작글-023 2023.11.04

캭 술 한 잔

캭 술 한 잔/호당/ 2023.11.4 밀밭 근처만 가면 벌겋게 무안당한다 직장생활에도 캭 친구 만나도 캭 어떤 수작 하려면 캭 정신 잃도록 캭 해 봤으면 그 흐름에 배 띄워 보내면 행로 잊어 전복할까 캭 소리 내지 못해 손해 본 듯한 지난 적 캭 한 잔 못 해도 꼭짓점 찍고 캭 한 잔 못 해도 이만큼 오래 숟가락 달그락 자작 自酌하고 캭 하고 자족하면 될걸 자조 自嘲하지말자

자작글-023 2023.11.04

모 신문사 문예대전

모 신문사 문예 대전/호당/ 2023.11.3 해마다 메일 보내주는 그 알뜰한 마음이 계묘년엔 없다 입상을 바라는 요행은 더욱 없다 참여한다는 개똥철학으로 꼬박꼬박 올해는..... 왜 안 오지! 오지 않은 임 남편바라기는 혼자만의 몫 오늘 검색 벌써 끝낸 장판 혹시 끝 장판이면 화들짝하고 소 몰고 나갈 텐데 대전이면 자가 신문에 공고하면 그만 친절히 보내 준 메일 고마운 줄 알아야지 탓하지 말자 제 잘못 문예 대전을 헛꿈도 꿔보지 못한 계묘년은 저문다

자작글-023 2023.11.03

저무는 10월

저무는 10월 /호당/ 2023.10.31 해님 당신의 사랑은 위대했습니다 곡식과 과일들 마지막 햇볕 받아 영글어 마무리하듯 옷매무시를 다듬는 중 나무들 다가올 날이 불안스러워 붉거나 노랗거나 입맛대로 색동 옷 갈아입을 채비하자 바람이 다독여 줍니다 찬 이슬 맞고 알아차린 메뚜기 눈알이 붉어지고 고추잠자리는 철없는 아기처럼 제멋대로 쏘다닌다 저무는 햇볕을 알기나 하나 해님 당신의 사랑은 위대했습니다 몸집 늘리거나 대를 이었습니다 편히 몸 다스리며 순리를 따르겠습니다

자작글-023 2023.11.01

10월 마지막 날 오후

10월 마지막 날 오후 2023.10.31 동천공원은 따스하고 자애로운 햇볕으로 가득하다 그늘이 더욱더 길어질 무렵 벤치에서 해님의 위대함을 맞는다 어머님 젖가슴에 안긴 것 같다 수목들 어깨 맞대 해님에 경배하느라 침묵 중 한편으로 붉으락푸르락 제 색깔로 변신한다 10월 마지막 날 해님은 대지를 데워 방구들 아랫목 같아 다리 뻗고 누워 세상 한 귀퉁이 안은 듯 가슴 포근하다 10월 마지막 햇볕에 몸 맡긴다

자작글-023 2023.11.01

산중 곤들레 밥

산중 곤들레 밥/호당/ 2023.10.29 산중식당은 팔공산에 있다 한가한 생각 단풍도 보고 드라이브도 즐기자고 나섰다 아뿔싸 오늘이 일요일 나 같은 생각으로 일제히 팔공산으로 몰러 온 것 닿고 보니 단풍 행사 기간 중이란다 팔공산이 몸살 앓아 붉거나 노랗거나 형형색색이다 식당은 꽉꽉 점심밥 냄새가 꽉 매운 자가용처럼 가득하다 그냥 떠밀려 앉았다 향긋한 키스 같은 향이 입맛을 짝짝 붙인다

자작글-023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