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나는 외계인이 되고 있는가

내가 외계인이 되고 있는가/호당/ 2023.11.20 나만 차지한 별자리 분명 내가 태어난 별자리일 것이다 태양을 모체로 주위를 돌고 있고 다른 별자리는 나를 소외 시키려 흘겨보거나 째려보거나 아무 짓 하든 개의치 않는다 태양으로 받는 중력 때문에 내가 존재하고 그 사랑 때문에 내가 살아간다 태양으로부터 중력을 잃는다면 미아가 될 것이고 별자리로부터 제명당할 것이다 아무리 미워해 봐라 나 이런 자리야 태양에서 시 한 편 청탁서를 보내주고 센 빛줄기로 쓰다듬어 준다 나는 깍듯이 준비해 우산을 쓰고 달려간다 태양의 사랑 듬뿍 받으면 외계인이 되든 크게 신경 쓸 일 아니다

자작글-023 2023.11.20

구심회란 이름으로

구심회란 이름으로/호당/ 2023.11.16 아홉 마음 젊어서 찰싹 붙었지만 세월에는 항복해야 한다 우표딱지 오래되면 바람 들어 쉽게 떨어진다 병들어 죽고 비실비실하고 쿨룩쿨룩 남은 여섯도 막 숨 쉬고 오늘 모임 셋 그것도 마음 콩밭에 둔 하나 바닷고기 흰 살점에 매운탕 바글바글 허겁지겁 처리하고 눈치 살핀다 잠시 자리 비운 사이 미꾸라지는 빠져 나갔다 콩밭엔 늙은 여인 치마폭에 게이트볼이 안겨 있으니까 늙은 아교풀엔 불나방을 끈다 마음을 아교풀로 붙일 수 없다 구심회란 이름이 점점 희미해진다

자작글-023 2023.11.19

take out

take out /호당/ 2023.11.18 추운 바람 대수롭지 않게 커피점 줄이 길다 손에 커피잔 들고 걸으면서 찔끔찔끔 마시는 풍경이 세풍이다 아메리카노에 익숙하지 않아 인스턴트 1회용 맥심에 혀가 좋아한다 느긋하게 테이블에서 참새가 되는 세대들 말을 씹어 삼켜 즐긴다 말재간 없는 나 보릿자루가 되어 들으면 시시콜콜 서픈 가치 없는 겉보리 말 take out 커피점은 成市다 모서리 테이블은 말씨를 줄줄이 주고받아 삼킨다 Forever in Love · Kenny G

자작글-023 2023.11.18

술독에 빠지다

술독에 빠지다///호당/ 2023.11.18 어디든 끼어드는 술 좋아하는 기호의 알코올 도수가 차올라 목에 찰랑거릴 때 혼이 도망한 최고의 혼미 나는 불감증이 아니면 조루증 밀밭 근처에서 홍당무가 된다 세상이 기분에 취해 흔들흔들 자아는 녹아내려 아무 곳이나 누우면 내 침대가 된다 옆으로 운동화 구두가 지나가고 택시가 구르고 버스가 점잖게 빵빵 나무란다 툭툭 경찰관 정중히 모신다 파출소의 밤은 안락했다 알코올이 휘발하자 여기 어디고 자기 허벅지를 꼬집어 물어본다 술s도깨비에게 홀렸었구나 자아가 고개 쳐들자 부끄러워진다 나 주연 酒宴은 열외 감히 종연 助宴도 못 한다

자작글-023 2023.11.18

쇠고기 국밥

쇠고기 국밥/호당/ 2023.11.15 TV에 방영할 때 바로 이웃 마실 그림에 떡이 되기 싫어 진 맛보려 작정했다 한파가 조금 누그러져 딱 12시를 맞추어 도착했다 1시 이후는 폐점이니까 긴 줄선 맴 끝 . 처마 마루에 허름한 방안에 비닐로 가린 임시 막사에 허름한 식탁에 식사하는 풍경 입이 가로 왈짜로 즐기는 모습 거창하게 차린 식당도 아닌 찌그러진 나지막한 기와집 메뉴도 단순하다 쇠고깃국, 밥 한 공기. 깍두기 네 알 김치 약간, 막 된장 쪼금. 땡초고추 세 개 이게 전부 도합 7천 원 오직 맛으로 승부를 거는 듯 입맛에 녹아 오감이 쾌적하다 이것 때문에 서민들 긴 줄 선다 화려한 여인은 실속이 적고 꾸밈새 없는 수수한 여인은 오감이 즐겁다 쇠고기 국밥에 매료했다

자작글-023 2023.11.17

3색 무지개가

우째 3색 무지개가 /호당/ 2023.11.8 우째 3색이 일곱 빛깔 무지개 피우노 참 야 봐라 새끼 치는 일은 밤에만 하나 낮에 삼색이 한 꿈씩 새끼치고 그중 억센 놈 덧꿈 하나 더 치고 합하면 일곱 빛깔 무지개 피운다 알겠구만 오늘 레파토리는 궁색한 것 아이가 필사체는 맥 풀린 듯 없고 내일은 칠성 회 모래는 팔성 회 줄 잇는 회 생각의 폭을 넓히는 은유는 몰라 그저 좁은 골목만 서성인다 레파토리가 단순 단막으로 막 내리자 가자 벌떡. 일곱 색깔이 사라진다 제 맘만 닦으려 주섬주섬 챙긴다

자작글-023 2023.11.15

동창회

동창회/호당/ 2023.11.9 다람쥐 쳇바퀴는 잘도 돈다 안동 대구 서울 돌고 돌고 돈다 다람쥔들 힘 빠지지 않겠나 회귀점에서 만나면 이쁜이는 없고 모두 잘난 이로 된다 세상을 많이 배회했다고 우쭐할 일 없어 주름살끼리 부딪쳐 낙관 찍어 아직 살았거든 서로 확인한다 쳇바퀴 돌지 않으니 붙박이 토박이들끼리 모인들 해마다 줄어든다 빈 입으로 와서 곡간 헐고 김빠진 혓바닥 굴린들 헛김만 샌다 쌈지 풀라 카면 안 온다 곡간 헐어 빈털터리 되면 막다른 골목에 서서 빠이 빠이 막가파 족속들 각기 지는 해를 맞는다

자작글-023 2023.11.14

선진국 우리나라

선진국 유리나라/호당/ 2023.11.10 선진국엔 사과 당도는 높다 아예 사과 재배조차 어려운 나라 후진국이라 가정한다 지금 당도 높은 사과를 출하한다 K팝이 세계를 덮고 세종학당이 세계를 누빈다 *IT 강국에 사과는 붉어져 간다 업신여긴 유럽주 아메리카주여 당신들 선진국이라고 우린 더 당도 높은 사과를 생산하고 있어 인천 공항에 내리자마자 눈 휘둥그레 어리바리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고 놀랐잖아 세종학당이 우후죽순처럼 솟고 한글이 풀풀 날아 붉은 사과를 더 붉게 익히고 있어 세계서 당도 높은 사과가 오롱조롱 달려 한국의 하늘을 드높게 풍요의 빛 내린다 **Information Technology 정보를 수집,가공,유통,소비하는 의미로 요약하면 정보에 대한 전반을 다루는 기술을 의미한다

자작글-023 2023.11.10

비상구

비상구/호당/ 2023.11.10 어머니 안엔 어머니는 없다 비상구였다 어머니 부르며 치마꼬리 잡을 수 없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보다 더 진한 상상의 흑백모니터에 언제나 또렷이 보인다 막내 저놈 인간 되어 짝 얻어 살까 마음 졸이시던 얼굴 나는 안다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다 꼭 잠긴 비상구였다 어머니는 하늘나라에 없다 내 가슴에 찰싹 붙어있다 잠긴 비상구를 열어 놓아 어머니의 속마음 훤히 알아차린다

자작글-023 2023.11.10

노점상-10 추위와 더위

노점상-10 추위와 더위/호당/2023/11.9 노점상의 장벽은 추위와 더위 온몸 땀의 범벅도 오돌오돌 떨림도 생존경쟁이다 날씨는 노점상의 운수를 가리킨다 선풍기는 좀 나은 사람들의 사치다 추위와 싸우고 더위와 말다툼하고 기상이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부실한 방비에 내가 진다 추위와 더위에 얼고 녹아버려 나도 얼고 녹아버린다 노점상의 희로애락이 사치다 "Open Doors - Secret Garden"

자작글-023 2023.11.09